천연기념물 '어름치 산란탑'을 아시나요?
한반도 대운하는 강물 속 생태계를 파괴하는 죽음의 시작입니다
물고기 중에 천연기념물인 '어름치'를 아시나요? 물고기인 어름치가 천연기념물인 까닭은 알을 낳는 특이한 습성 때문입니다. 어름치는 강바닥에 알을 낳고 자잘한 자갈을 입으로 물어다 돌무더기를 수북이 쌓아 올립니다. 이렇게 어름치가 알을 낳고 돌무더기를 쌓는 것을 ‘어름치의 산란탑’이라 부릅니다.
'어름치'가 쌓아 올린 산란탑 주위를 '돌마자'라는 녀석들이 빙빙 돌아다니고 있습니다.
배가 잔뜩 부른 돌마자를 보니 이 녀석도 곧 알을 낳을 모양입니다.
어름치 산란탑을 찍기 위해 물속을 찍을 수 있는 수중 디카를 새로 장만하였습니다. 대운하로 인해 파괴될 물속 생태계의 현장을 보여주기 위해서는 수중카메라가 필수였기 때문입니다. 수중 디카 덕분에 눈으로만 보던 물 속 세상을 영상에 담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번 수중 디카의 첫 수확이 바로 어름치 산란탑입니다. 어름치의 산란탑을 볼 수 있는 시기는 일 년 중 4월말에서 6월 중순까지입니다. 어름치는 6월 장마 때 홍수로 산란탑이 쓸려나가기 전에 새끼들이 부화해야하기 때문에 다른 물고기들 보다 일찍 산란을 시작하는 것입니다. 아무 때나 볼 수 있는 것이 아니기에 카메라를 급히 마련하여 강을 향했던 것입니다.
내가 바로 천연기념물인 귀하신 몸 '어름치'입니다.
어름치의 산란 습성은 참으로 특이합니다. 손도 없는 물고기가 저 많은 자갈을 입으로 다 물어다 쌓았을까 싶습니다. 자세히 보니 작은 자갈뿐만 아니라, 입으로 물어왔다기에는 제법 큰 자갈들도 많았습니다. 언뜻 보기에는 그냥 돌무더기로 스쳐지나 갈수도 있지만, 자세히 보면 산란탑을 이루고 있는 돌에 이끼나 흙가루가 전혀 쌓이지 않은 모습에서 최근 누군가에 의해 만들어진 것임을 확인할 수 있는 것이지요.
손도 없는 어름치가 입으로 자갈을 가득 쌓아 올린 산란탑의 모습입니다.
어름치 산란탑 주위를 돌마자란 물고기들이 무리지어 노닐고 있습니다.
■ 여울은 생명의 터전입니다.
어름치가 산란탑을 쌓는 곳이 아주 중요합니다. 산란탑은 그 넓디넓은 강 중에 여울이 바로 시작하는 지점입니다. 강물을 따라 이리저리 뒤져보았지만, 어름치의 산란탑은 모두 여울에서만 발견되었습니다. 산소가 풍부한 여울이 아니면 어름치는 알을 낳지 않는 사실을 제 두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특히 어름치가 알을 낳은 산란탑이 있는 물 속 깊이는 대부분 무릎 높이였고, 깊어봐야 배꼽 아래 정도였습니다. 만약 어름치에게 여울이 없다면 알을 낳을 수 없다는 이야기겠지요.
어름치의 산란탑은 여울이 시작하는 바로 윗 지점에 자리를 잡고 있습니다.
이 여울에서 어름치 산란탑 3개를 발견하였는데, 물이 잔잔한 다른 주변 강가에는 없었습니다.
물 밖에서 보아도 자갈을 누군가 쏟아 놓은 듯 둥그런 무덤을 이루고 있는 것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어름치가 산란탑을 쌓았다는 것은 물고기들 위쪽 파란 화살표의 돌들은 이끼와 흐리가 앉아 어두운 빛깔이지만, 아랫쪽 빨강색 화살표에는 최근 어름치가 물어다 쌓은 것이기에 이끼가 앉지 않아 깨끗합니다
물이 맑은 여울은 천연기념물 어름치가 산란탑을 쌓는 곳 일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의 희귀 민물고기들이 살아가는 생명의 터전입니다. ‘쉬리’라는 영화 덕에 20세기 말의 출세어가 된 ‘쉬리’를 비롯하여 멸종위기 보호종이 된 ‘돌상어’, 고양이 눈처럼 빛의 밝기에 따라 눈꺼풀의 크기가 변하는 ‘꾸구리’ 등 희귀 물고기들이 여울에서 살아갑니다. 여울은 바로 물고기들의 삶의 터전이요, 알을 낳는 생명의 장소입니다.
'쉬리'라는 영화에는 '쉬리'가 나오지 않지만, 그래도 영화 덕에 유명해진 물고기입니다.
이 쉬리는 알록달록 무지개 빛깔의 아름다운 몸을 지니고 있는데, 물살이 빠른 여울에 살아갑니다.
납작하게 생긴 제 이름은 '돌상어'입니다. 이제 멸종위기 보호종으로 지정되어있습니다.
생긴 모양대로 여울의 자갈 속에 숨어 살아가고 있습니다.
고양이 눈을 닮은 내 이름은 '꾸구리'입니다. 저 역시 흔한 편은 아니고요. 자갈 밑에 숨어 살아갑니다.
어두운 곳에서는 눈동자가 크게 열리지만, 밝은 곳에서는 실눈처럼 된답니다.
여울 조금 곁에 잔잔한 물가의 자갈과 바위를 살짝 들춰보면 밑바닥에 붙어있는, 구슬처럼 동글동글한 물고기 알을 만날 수 있습니다. 바로 ‘꺽지’라는 녀석의 알입니다. 암컷 꺾지가 이곳에 알을 낳으면, 수컷 꺾지가 알이 부화될 때까지 알을 지키기 위해 이곳에서 보초를 섭니다.
여울 근처 잔잔한 물가의 자갈을 들춰보면 '꺾지'의 알을 볼 수 있습니다.
이제 막 부화하기 직전이라 동글동글한 알마다 까만 눈동자가 보입니다.
알을 지키기 위해 밤낮을 가리지 않고 보초를 서는 '꺾지'입니다.
■ 물 속 생태계를 파괴하는 한반도 대운하
이명박 대통령께서 한반도 전역에 운하를 만든다고 합니다.
한반도 대운하 책에 실린 홍보 영상물을 보았습니다. 2500톤의 화물선이 강에 다니기 위해서는 수심 6m가 필요하다 라고 밝히고 있었습니다. 우리나라 강에 화물선이 다니는 뱃길을 만들려면 여울이 모두 파괴되어야함은 자명한 사실이겠지요.
한반도 대운하 홍보책에 실린 동영상입니다
2500톤 급의 화물선이 다니기 위해서는 수심 6m가 필요하다 밝히고 있습니다.
수심 6m가 필요하다면 강의 생명인 여울은 다 사라지고 말겠지요.
우리나라 강은 고무보트도 내려가기 힘든 여울이 많이 있습니다. 동강에서 래프팅을 해보신 분들이 많을 것입니다. 여울을 훑고 지나가는 많은 고무보트들로 인해 동강은 이미 희귀 물고기들은 사라지고 피라미 정도만이 남은 똥강이 된지 오래입니다. 래프팅으로 인한 생태계 파괴도 심각한데, 커다란 화물선이 다니기 위해 여울을 파고 수심 6m를 유지한다면, 대한민국의 강은 죽음의 강이 될 것입니다.
고무보트도 내려가기 힘든 여울이 많은게 우리나라 강의 특징입니다. (위의 빨간 점이 모두 고무보트) 래프팅으로도 물고기가 사라지고 똥강으로 변하고 있는데,
만약 대한민국 강에 화물선이 다닌다면 '똥강' 정도가 아니라 '죽음의 강'으로 전락하고 말 것입니다.
■ 물 속 자갈의 주인은 누구일까요?
특히 대운하를 주장하는 이들은 강의 골재를 팔아서 대운하 공사비의 60%를 충당하겠다는 황당한 주장을 합니다. 대통령이면 강 속에 있는 자갈과 모래는 자기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일까요? 결코 아닙니다. 물 속 자갈은 대운하 공사비를 충당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닙니다.
강물 속에 있는 모래와 자갈의 주인은 따로 있습니다. 물속을 조금만 눈여겨 살펴보면 미꾸라지처럼 생긴 녀석들을 만나게 됩니다. 참종개, 미호종개, 새코미꾸리 등입니다. 미꾸라지는 오염된 곳에 살아가지만, 참종개를 비롯한 이 물고기들은 맑은 물을 좋아합니다. 그런데 이 녀석들은 해가 밝은 낮에는 자갈 속에 숨어 있다가 어두운 밤이 되며 슬슬 모습을 나타냅니다. 얼굴이 메기처럼 우습게 생긴 손가락만한 퉁가리와 퉁사리도 자갈 밑에 숨어있다 밤에 나타납니다.
'참종개'녀석이 자갈 속에 몸을 감추고 얼굴만 내밀고 '난 운하 반댈세!'라고 이야기 하는 듯합니다.
얼굴이 좀 특이하게 생긴 '퉁가리'입니다. 이 수염에 쏘이면 며칠 동안 좀 아플 것입니다.
퉁가리도 자갈을 좋아합니다. 자갈 밑에 숨어있다 어둔 밤이 되면 슬슬 나타나지요.
이제 제가 물속의 자갈 주인이 누구인지 말씀드리지 않아도 잘 아실 것입니다. 물속 자갈은 물고기들의 은신처입니다. 만약 강 물 속에 자갈이 없다면, 피난처를 잃은 물고기들은 강에서 사라지게 될 것입니다.
■ 대운하 취소만이 대통령님의 살길입니다
이명박 대통령님,
그리고 대운하 전도사인 추부길 홍보기획 비서관님,
그동안 야심차게 추진하시던 공공사업의 민영화를 포기한다는 뉴스를 어젯밤 보았습니다.
그런데 그토록 국민들이 반대하는 ‘한반도 대운하’에 대한 포기 소식은 없더군요. 아직도 포기하기엔 미련이 많이 남아있다는 말씀이겠지요. 그러나 대운하를 포기하지 않는다면, 미친 대운하 포기 촉구를 위한 국민의 촛불 축제는 계속 타오를 것입니다.
이명박 대통령님,
강물 속 자갈은 대통령님 소유가 아닙니다. 까닭에 대운하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대통령님 마음대로 팔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강물 속 자갈은 강에 살아가는 모든 물고기들이 주인입니다. 강물 속 물고기들에게 한번이라도 물어 보셨습니까? 아마 우리나라 강물 속에 어떤 물고기들이 어디에,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모르시겠지요. 만약 물고기들의 생태를 조금이라도 아셨다면 강의 생명을 파괴하는 대운하라는 말도 안 되는 공약을 하지는 않았을 테니까요.
어름치 산란탑을 빙빙 돌고 있는 돌매자 라는 물고기들입니다.
만약 운하를 만들면 이런 모습은 더 이상 볼 수 없게 될 것입니다.
강물 속 자갈은 이명박 장로님이 서울시를 봉헌하겠다고 고백했던 바로 그 하나님께서 강물 속의 생명들을 위해 예비해 놓은 것입니다. 어름치가 알을 낳고 산란탑을 쌓기 위해서 하늘이 마련해 놓은 것입니다. 꺽지와 쉬리 등의 물고기들이 알을 붙이도록 하기 위해 강물 속에 꼭 필요하기 때문이 그 자리에 있는 것입니다. 한마디로 강물 속 자갈은 물고기들의 생명이요, 번식처요, 안식처입니다.
운하를 만들기 위해 물 속 자갈을 파는 순간, 물고기도 죽고, 물은 썩고,
썩은 물을 먹고 살아가야 할 대한민국 국민도 다 병들게 될 것임을 명심해야 할 것입니다.
대한민국 국민은 '돈'이 아니라 '생명'을 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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