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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한 대학동기 커플 따로 보았습니다.

크눌프46 2008. 11. 27. 09:29

 

  제 대학 동기 중에는 결혼했다 이혼한 커플이 있습니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CC( Campus Couple )는 아니었고 졸업 후에 사귀게 되어 결혼까지 하게 되었죠. 그리고 결혼한 지 2년 만에 두 사람이 이혼을 하였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습니다. 남자 동기 혼자 다른 동기의 결혼식에 나타났는데, 저는 이혼한 것도 모르고 눈치 없이 ‘왜 혼자 왔느냐.’고 핀잔을 주는 실수까지 했습니다.

 

  두 사람 모두 학창 시절 저와는 모두 절친한 사이였기 때문에 참 안타깝고 슬펐습니다. 물론 두 사람이 사귀고 결혼을 하게 되었을 때 좀 의외의 일이라는 생각을 한 것도 사실이지만, 저에게는 모두 소중한 동기들이었기에 영원히 행복하길 바랐고 또 그러리라 믿었습니다. 하지만 슬픈 결말을 맺고 말았죠.

 

  문제는 두 사람이 이혼을 하고 나니 동기 모임에 동시에 나올 수가 없게 된 것입니다. 물론 서로 자주 볼 일이 그리 많은 것도 아니니 몇 번의 민감한 순간한 넘기면 서로 마주칠 일은 없을지도 모릅니다. 자세히는 모르겠지만, 그렇게 두 사람이 이혼한 것을 두고 동기들 사이에는 이런 저런 이야기가 오간 듯합니다. 사람 사는 일이 언제나 그렇듯 누가 잘못 했니 누구 책임이 더 크니 하는 식으로 편이 갈리게 되었겠지요.

 

  인지상정이라고 결국 남자 동기들은 남자의 편을 들고, 여자 동기들은 여자의 편을 들게 되는 것 같았습니다. 물론 다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말이죠. 결국 이혼한 여자 동기는 남자 동기들을 보게 되는 일이 불편하게 되었을 것이고, 이혼한 남자 동기는 여자 동기들을 보게 되는 일이 불편하게 되었겠죠. 어쨌거나 그 일이 있고 얼마 후에 저는 두 사람을 각자 따로 만나보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각자의 입장에서 이야기를 들어볼 기회가 있었습니다. 위선이라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저는 두 사람의 처지와 생각을 똑같이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여자 동기도 저만은 여자로서의 자신을 이해해 줄 것이라 여겨 먼저 연락을 했다고 말했지요. 저는 여자 동기에게 더 많은 사회적 돌팔매가 갈 것임을 알았기에 마음이 아팠습니다. 남자이기에 이해할 수 없는 부분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누구 탓이 더 크다'라는 식의 평가는 않았습니다. ( 이혼의 배경과 두 사람의 시각차에 대한 이야기 거리는 있지만, 타인의 이야기라 좀 조심스럽습니다. 자세한 내용을 싣지 못해 죄송합니다. 이해를 구합니다. )

 

  그렇게 돌아오는 길에 저는 헤어진 옛날 여자 친구를 떠올려 봅니다. 일방적으로 결별 통보를 하고 다른 남자를 사귀다가 또 다른 남자를 만나 결혼을 한 그녀가 저는 무척 밉고 원망스러웠었습니다. 그 당시에 저는 세상 모든 사람들이 저의 편이 되어주길 바랐었죠. 일방적으로 차이고 믿음을 배신당한 건 나니까 모두가 저의 편이 되어주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제 친구들은 제가 잘못했던 것, 부족했던 점을 제가 깨닫도록 충고해 주었고 원망하지 말라고도 했습니다.

 

  당시에는 그런 친구들이 원망스러웠지만 이제는 고맙게 느껴집니다. 제 친구들은 예전 제 여자 친구를 단순히 친구의 여자 친구로 대한 것이 아니었던 겁니다. 사랑하는 친구의 여자 친구이니 그 사람도 진정으로 사랑해주고 이해해 주었던 것은 아닐까요? 그러니 그녀의 처지에서도 한 번쯤 돌아보았을 것입니다. 게다가 일방적으로 제 편을 들어준다고 해서 저에게 어떤 큰 힘이나 도움이 되는 것도 아니었을 것입니다. 시간이 지난 이제야 저는 제가 얼마나 부족한 남자 친구였는지를 기억합니다.

 

  알베르 까뮈는 이런 말을 했었죠.

  ‘나는 정의를 사랑한다. 하지만 정의가 내 어머니에게 총부리를 겨눈다면 나는 정의와 맞서 싸우겠다.’

  맞는 말입니다. 하지만 절대적으로 옳은 말은 아니라 여깁니다. 우리는 사랑하는 연인이나 친구, 가족에게 ‘무슨 일이 있어도 언제나 내 편이 되어 달라.’는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당연한 듯 하곤 합니다.  

 

 

  하지만 이런 말이 절대적으로 옳다고 믿는 사람들은 한국인들 밖에 없을지도 모릅니다. 우리는 사랑과 결혼、가족에 대해 지나치게 많은 의미들을 부여하고 부담을 주며 살아왔는지도 모릅니다. 두 사람이 행복하게 살 때는 문제가 없지만, 헤어지거나 이혼을 하게 되면 누군가 한 쪽 편을 들도록 강요받는 상황이 오는 것이겠지요. 사랑과 결혼, 결별과 이혼을 둘러싸고 지나치게 환상과 현실 사이를 오가는 대한민국입니다. 좀 더 냉철하면서도 인간적인 제 3자의 시각으로 바라보는 연습이 필요해 보입니다. 자신이 편리할 때는 '환상'을 찾고, 그러다가 불편해지면 갑자기 '현실'로 유턴하는 이 이상한 이기심도 문제입니다.

 

  우리 사회는 결국 극단적인 환상과 극단적인 현실이 끝없이 대립하는 비극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겠지요. 어떤 이들은 사랑과 결혼에 지나친 환상을 갖다 보니 적나라한 현실을 이겨내지 못합니다. 그런데 또 어떤 이들은 사랑과 결혼을 지나치게 현실적으로 바라보다 보니 결혼에 대해 냉소적이고 비관적인 시각만을 갖게 됩니다. 환상과 현실이 적절히 조화를 이룰 수 있다면 참 좋을 텐데 말입니다. ‘그 남자와 그 여자의 사정’ 양쪽 이야기를 모두 들어보고 서로 이해할 수 있는 문화가 없는 것이 안타깝습니다.

 

  결혼은 쉽지만 이혼은 어렵던 오랜 시절이 있었지요. 그러다가 결혼도 쉽고 이혼도 쉬웠던 한 세대 정도의 기간도 있었지요. 이제는 결혼은 어렵고 이혼은 쉬운 시즌 쓰리(3)가 우리 사회에 찾아온 것 같습니다. 한국의 50% 정도의 여성과 30% 정도의 남성이 ‘결혼은 꼭 하지 않아도 된다.’고 여긴다고 합니다. 반면에 ‘마음에 맞지 않으면 아이가 있어도 이혼할 수 있다.’고 말한 여성이 60%가 넘고 남성도 40%가 넘었다고 하네요.

 

  그런데 또 어떤 여론 조사에서는 여대생의 75%가 ‘취업이 안 되면 결혼을 할 수도 있다.’고 대답했다고 합니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취집’이라는 것이겠지요. 물론 남자가 ‘취가’를 한다는 것은 한국 사회에서는 상상도 하기 힘든 일이지만, 그렇게 할 수 있다면 하겠다는 남자들도 꽤 많을 듯합니다. 그런데 이처럼 두 가지 상반된 여론 조사 결과는, 우리 사회의 구성원들이 ‘결혼’과 ‘이혼’에 대한 환상과 현실 사이를 얼마나 극단적으로 오가고 있는지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취업 대신 선택한 결혼은 과연 행복할까요? 행복한 결혼 생활과 가정을 꾸려가는 일이 과연 좋은 일자리를 구하는 것보다 쉬울까요? ‘결혼’을 현실의 도피처쯤으로 여기는 사람들이 무턱대고 결혼을 하고, 그러다가 만만치 않은 현실에 실망하고 절망하고 괴로워하다가 ‘현실’이라는 조급증에 걸려 쉽게 이혼을 하게 되는 것은 아닐까요. 그래서 지금 대한민국에 떠도는 이 이율배반적인 전염병은 참으로 걱정스럽고 안타깝습니다. 저는 물론 서로 맞지 않는 사람들이 억지로 함께 사는 것에 찬성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결혼을 하기 전에 서로를 좀 더 알아가고 이해하는 노력과 결혼에 대한 진지한 마음가짐이 있다면, 이혼이 지금처럼 흔한 일이 되었을까 하고 반문하게 됩니다.

 

  75%의 여대생들에게는 미안한 이야기지만, ‘취집’을 받아줄 여력이 있는 대한민국의 남성은 5%도 되지 않는답니다. 이제는 남자들도 약아지고 현실적이 되어서 능력 있고 지혜로운 여성을 원합니다. 얼굴을 뜯어 먹고 살 수 없다는 것을, 장다리가 그렇듯 미모도 한철임을 눈치 채버렸답니다. 남자 혼자 벌어서는 살 수 없는 세상이 되기도 하였고, 경제적으로 안정적인 결혼을 위해 집안일과 육아에 헌신할 준비가 되어있는 남자들도 이제는 넘쳐납니다. 능력이 있다고 취집을 받아줄, 능력도 없으면서 홀벌이를 할, 맞벌이를 하면서 집안일과 육아에 나몰라라 할 ‘간 큰 남자’는 이제 환상 속에나 있다고 보시면 됩니다.

 

  취집을 바라는 여성이 늘어나면 동시에 결혼을 포기하는 남자들도 점점 늘어날 것입니다. 취집이 내포하는 의미들이 무엇인지 남자들은 잘 알고 있으니까요. 그러니 이제는 결혼을 결심하고 준비할 때부터가 현실입니다. 그래서 이제는 ‘거꾸로’가 필요한 때입니다. ‘결혼’에 대해서는 좀 더 현실적이 될 필요가 있고, ‘이혼’에 대해서는 좀 더 낭만적일 필요가 있습니다. ‘이혼’을 생각하게 된다면 상대의 편에서 한 번쯤 ‘역지사지’하는 관대함일 필요한 때입니다. 그리고 결혼하면 2년 정도는 아이를 갖지 않고 환상을 서서히 망각해가며 적응해 가는 것이 여러모로 좋다고 여깁니다.

 

  무너진 환상을 이겨내지 못하는 사람들은 결국 이혼을 선택할 것이니까요. 어차피 아이가 있어도 이혼하는 세상이라면, 아이를 낳기 전에 이혼하는 것이 나으니까요. 부모들이야 그렇다 쳐도 아이는 무슨 죄인가요. 또 결국 ‘이혼’하게 되었다고 하더라도 세상이 끝나는 것도 아니니, 원수처럼 지내는 일도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이혼을 한 제 동기 커플이 친구로 남을 수 있고, 모임 자리에서 함께 만날 수도 있는 그런 드라마나 영화 같은 일들이 우리 사회에서도 이뤄져 가기를 바랍니다. 물론 재결합 할 수 있으면 더 좋겠지만 그거야 말로 판타지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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