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디워'가 개봉했다.
운좋게 개봉일에 디워를 볼 수 있었고, 드디어 영화가 끝이 났다.
영화관에서 걸어나오는 관객들은 극도로 말을 아꼈다.
누구하나 섣불리 디워에 대한 평가를 내리지 못했다.
원래 영화가 끝나면 다들 말이 많아지는데 조용하게 극장문을 나서는 관객들이 참 색다르게 느껴졌다.
그러면서 나는 한켠에서 영화의 주인공은 영화자체여야 하는데, '디워'의 주인공은 '심형래 감독'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 씁쓸했다. 아마도 영화가 끝나고 난 마지막에 심형래 감독의 짧은 다큐멘터리때문에 그런 기분이 더 든 것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한국인의 한 사람으로서 영화를 보는 내내 알 수 없는 뭉클함이 계속됐다. 할리우드 영화에 익숙해져 있는 내게도 디-워의 CG는 경이로웠다. 순수 한국 사람들의 기술이라니 믿기지 않을 정도였다. 20년 전 초등학생들을 열광시켰던 '우뢰매'에서 할리우드조차 깜짝 놀라게 만든 디-워를 완성시킨 심형래. 정말 대단한 사람이다. 우리나라에서 그것도 한국 사람이 이런 류의 판타지 영화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상상해본 적이 없었다. 그 정도로 디-워의 영화적 기술력은 뛰어났다. 아마 영화를 본 사람들은 내 이 말에 모두 동감하지 않을까 싶다.
▲ 디-워에서 만들어낸 용은 기존 서양의 시각에서 벗어난 지극히 한국적인 용이다.
아울러 영화의 마지막 20분 정도는 정말 기립박수를 보내고 싶을 정도였다. 선한 이무기와 악한 이무기의 싸움과 마지막에 선한 이무기가 여의주를 얻게 되어 용으로 변신하는 그 장면. 지금 생각해도 흥분을 감추기가 어려웠다.
특히 헐리우드 영화가 만들어냈던 기존의 용의 모습을 완전히 벗어난 지극히 한국적인 용을 만들어낸 디 워, 정말 자랑스러웠다. (참고로 용이 참 잘 생긴 훈남,, 아니 훈동물이었다.)
300억원, 우리나라에서 이 정도의 자본으로 영화를 만들어낸다면, 한국 사람들이 모두 영화를 본다고 하더라도 수익을 내기 어려울 것이다. 그러므로 심형래 감독이 미국행을 택한 것은 당연한 결과일 거다. 한국의 이무기에 관한 전설을 미국인들이 소화해낸다는 것은 어찌 보면 억지스러울 수 있으나, 디워의 완성도를 생각한다면, 어쩔 수 없는 선택일 것이다.
▲ 디-워에 나온 괴물들은 모두 반지의 제왕의 트롤을 닮았다. 조선에서 활개를 치는 이런 괴물들은 조선이라는 배경과는 다소 어울리지 않았다.
이 영화가 미국에서 찍었다고 해서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니라, 지극히 한국적인 소재를 가지고 다른 여러 미국 영화를 짜집기한 것이 문제가 된다. 조선의 병사들과 서양의 갑옷입은 병사들이 싸우는 것도 그렇고, 반지의 제왕에나 나올법한 트롤 같은 외계생명체가 미사일을 막 싸대고, 쥬라기공원에 나오는 익룡들이 미국 공군들을 마구 공격하는 등의 장면들은 디워를 정체성없는 영화로 보이게 만들어버린다.
그리고 이 영화, 때로는 조화되지 않은 컴퓨터 그래픽들이 난무해서 혼란스럽기도 하다. 앞서 많은 사람들이 칭찬했던 것처럼 개별적인 컴퓨터 그랙픽들은 매우 사실적이고 정교하지만 이 모든 것들이 무난하게 연결되지 못한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그래서 두 시간도 안 되는 짧은 상영시간이 다소 지루하게 느껴졌다.
또한 나도 한국인으로서 영화 엔딩곡으로 아리랑이 들리는 것은 매우 기분 좋은 일이지만 이 영화가 앞에서 쌓아온 이미지와 맞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리랑은 다소 억지스러운 OST였다. 그래서 더 안타까웠다.
나는 개인적으로 훌륭한 감독은 자신을 드러내는 사람이 아니라 자신이 만든 영화를 빛나게 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므로 세계에서 경쟁력을 갖고 싶다면, 내가 최고가 되겠다고 말로 풀어 설명하는 것(영화엔딩타이틀에서)이 아니라 영화 그 자체에서 모두 보여주면 그만이다. 영화를 보는 관객들은 감독자체를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영화로 감독을 평가하게 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심형래 감독은 좀 더 자신을 영화 뒤로 감출 필요가 있다. 특히 한국에서는 더 그렇게 해야만 한다. 지금 현재 한국에서 불고 있는 디-워 열풍은 한국 영화에 대한 열풍이 아니라 저력을 지닌 심형래라는 인간에 대한 열풍이다. 이러한 관심은 오래 지속되지도 않고, 디-워 다음에 나올 후속작에도 좋은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현재 한국에서 불고 있는 디-워 열풍은 영화에 관한 관심이 아니라, 심형래라는 인간에 관한 한 때의 관심이다.
아울러 한 가지 더 말하고 싶은 것은 영화적 분업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싶다. 디워가 훌륭한 CG를 가지고서도 2%로 부족한 느낌을 갖는 것은 바로 스토리의 구성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이 비판하는 부분이 평범한 스토리라인을 비판하는데 나 또한 그런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 헐리우드 영화가 세계에 여전히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 이유는 철저한 분업시스템때문이다. 스텝, 감독, 작가, 연기자 모두가 프로정신을 갖고 서로의 영역을 존중해주며, 윈윈 효과를 만들어내고 있는 것이다.
디-워 영화의 극본과 감독은 모두 심형래 감독이 했다. 심형래 감독은 극본에 대해 좀 더 주위를 기울이며 전문작가의 도움을 받아야만 했다. 그렇다면 더 완성도 높은 판타지 영화로 거듭날 수 있었을 것이다.
심형래 감독의 이러한 욕심이 영화에서도 묻어나오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일지도 모른다.
나는 한국의 판타지 영화의 발전이 심형래 감독의 한 때로 끝나지 않기를 바란다. 그러므로 이럴 때일수록 한국의 영화관객들이 냉정한 평가를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디워는 심형래 감도의 영화로만 끝나는 것이 아니라 한국 판타지 영화 발전의 거대한 버팀목이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심형래감독을 칭찬하는 것만으로 이 영화를 판단할 수는 없다. 인간을 판단하는 감정적인 선을 넘어서서 영화를 이성적으로 바라보는 평가가 이 시기에 꼭 필요한 일인 것이다. 그래서 디워는 현재 냉정한 평가가 절실히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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